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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장

외상 후 성장

by growthy 2020. 9. 21.

2018년 어느날.

많은 직장인들이 그렇겠지만 2018년 회사업무와 사람 스트레스로 매우 힘든 시기를 보내고 있었다. 일이 나랑은 안맞는다는 확신은 갈수록 강해졌고 하루에도 몇번씩 이건 아니야, 그만둬야지를 외쳤다.  하지만 이직을 하기에는 경험을 더 쌓아야 더 나은 곳을 갈수 있는 어설픈 경력이었고  무작정 퇴사를 할 용기는 없었다. 내가 진짜 무엇을 잘하고 언제 행복한지 찾으려고도 했지만 더욱 미궁으로 빠지고 만성적인 무기력함에 빠져있었다. 어떻게 살아야하지. 나 뭐하고 있는거지. 이건 아닌데..이건 진짜 아닌데...


그렇게 회사는 지옥이 되어가고 정신도 나약해져가는 와중에 일이 터졌다. 모두가 일은 커녕 말도 섞지 않으려는 기피대상 1호인 시니어 직원이 있었다. 그 사람만 있으면 귀신같이 회의가 산으로 갔고 소모적인 언쟁은 기본이었다. 그리고 2018년 어느 날, 난 그녀의 타겟이 되었다.

지금도 몸서리가 쳐질정도의 무례한 말과 억지궤변의 공격을 일방적으로 당했다. 반격도 제대로 못했다. 멘탈은 와르르 무너졌다. 어딜가나 또라이는 있고 직장생활하다보면 누구나 몇번씩 겪는일일 것이다. 나도 그렇게 생각했다. 열받지만 시간이 지나면 괜찮겠지.

아니었다. 회복은 커녕 도미노처럼 서서히 더 무너져 갔다. 계속 그 장면이 생각이 났고, 제대로 대처하지 못한 내 자신의 무능력함과 한심함으로 머릿속이 가득찼다. 자존감은 바닥을 쳤고 간신히 누르고 있던 그 동안의 부정적인 생각과 감정들이 걷잡을 수 없이 쏟아졌다. 아웃오브컨트롤. 그리고 긴긴 고통의 터널에 갇혀버렸다. 그 사건이 트리거가 되긴 했지만 결국 문제는 나였다.

트라우마가 생겼고 심한 우울증이 왔고 매일 매일이 견딜 수 없이 괴로웠다. 이전에는 그럭저럭 견뎠던 스트레스에도 급격히 취약해졌다. 조금만 스트레스를 받아도 몸이 아팠고 정신적으로 피폐해졌다. 원래있던 위염은 더욱 심해졌고 소화장애로 체중도 훅훅 줄었다. 갑자기 자다가 숨이 쉬어지지 않는 날도 있었다. 찾아보니 공황장애나 번아웃증상들이었다. 커피를 안마시면 우울증이 심해져서 도저히 하루를 버틸수가 없었는데 그게 위염을 더 악화시켰고 몸을 망가뜨렸고 중독이 되는 악순환을 만들었다.

회사를 그만두고 잠시 쉬어야한다고 느꼈지만 무슨 생각인지 몇개월만 더 버텨보자 했다. 나를 갉아먹고 있었다. 그렇게 몇개월이 흘렀던 것 같다.

그러다 지푸라기라도 잡는 심정이었는지 힐링관련 책을 미친듯이 읽기 시작했다. 밤에는 오디오북을 안들으면  잠에 들지를 못할 정도였다. 효과는 있었다. 하루를 버티는 힘이 조금 생겼달까 (일시적으로). 하지만 어둠은 나를 계속 삼킨 상태였다. (난 우울하고 극도로 고통스러운 감정을 어둠이라고 불렀다). 그렇게 힐링독서에 기대다가 내 감정의 원인을 이해하게 해주는 뇌과학책들을 접하게 되었고 자기계발, 철학책도 읽기시작했다. 희미하지만 조금씩 어둠 속에서 빛이 보이는 것 같았다. 그리고 2019년 5월, 할 엘로드의 미라클 모닝을 읽었고 바로 미라클 모닝을 시작했다.

글쓰기와는 담을 쌓고 살았고 올빼미족이었던 나는 2020년 9월 현재,  일찍 일어나 3권째 일기장을 쓰고 있고, 꾸준히 독서를 하고, 나를 찾아가고 꿈을 꾸며  나만의 스타일로 1년 넘게 미라클 모닝을 해오고 있다. 물론 100퍼센트 어둠으로부터 벗어나고 극복하고 치유된건 아니다. 여전히 힘들때도 많고 가끔은 이전처럼 끝없이 추락할때도 있다. 몸도 많이 안좋아져서 아무것도 못할 때도 많다. (아프면 안된다. 아프면 올스톱이다) 하지만 미라클모닝을 하면서, 특히 글을 쓰고 기록을 하면서 이전보다 확실히 단단해졌고 회복력이 생겼다.

보물같은 일기장들


일단 쓰라는데 처음에는 무슨 말을 써야할지 어떻게 써야할지 막막했다. 그래도 어설프게 끄적거리면서도 꾸준히 써보았다. 고민도 털어놓아보고 그냥 할일을 적어보기도 했다. 몇달이 지났을까. 조금씩 변화가 느껴지기 시작했다. 쓰기 싫다가도 일단 쓰기 시작하면 술술 써졌다. 스트레스, 두려움, 고민들을 쓰다가 해결책을 발견했다. 나와 솔직하게 대화하는 시간을 가졌다. 어둠에게 또 지배당할 것 같으면 미친듯이 더 썼다. 지배당하지 않기 위해.  매번 그런건 아니지만 쓰고나면 기분이 너무 좋았다. 신기했다. 특히 고민을 쓰다가 솔루션이 나왔을 땐 정말 뿌듯했다. 쓰지 않고 생각만 했으면 절대 발견할 수 없었을 것이다. 아주 가끔이지만  어떤날은 내가 이 말을 썼단 말이야? 라고 할정도로 기가막힌 문장을 쓰기도 했다.

쓰기를 통해 아이디어가 나오기도 했고 아이디어는 행동으로 이어졌고 꼬리를 물고 좋은 변화를 만들어가기 시작했다.

내가 뭘 하고 싶은지 뭘 좋아하는지 고민하고 꿈을 써보고 목표를 써봤다. 이거다! 하고 할만한 꿈이나 목표를 아직 발견한건 아니다. 하지만 이건가? 하는 것들이 보이기 시작했다.

엄청난 변화나 성장을 이룬건 절대 아니다. 그동안 많은 우여곡절도 있었고 또 무너지기도 했다. 아직 나는 매우 부족하고 갈 길이 멀다. 지금도 자주 비욘드컨트롤 상태가 찾아온다.  하지만 이전보다는 회복이 빠르다. 일기쓰기 덕분에 조금은 긍정적으로 변화했다고 믿고 있고,  앞으로도 변하기 위해 성장하기 위해 꾸준히 써나갈거다.

난 SNS를 거의 안한다. 남들 다 하는 페이스북도 인스타그램 계정도 없다. 혼자있는 걸 좋아하기도 하고 시간이 지날수록 (특히 그 사건 이후에) 사람이 너무 싫어져서 소통을 끊었다.

그런데 소통을 하고 싶어졌다. 쓰면 바뀔수 있다는 걸 깨달았기에 누구나 보는 블로그에 글을 쓰면 더 책임감있고 정성스럽게 써서 더 크게 성장할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기 때문이다. 내가 알고 있는 것들, 알고 싶은 것들, 이루고 싶은 것들을 쓰면서 전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전문적인 글쓰기를 해본적도 없고 나만의 콘텐츠가 특별히  있지도 않다. 하지만 써보기로 한다. 아침일기도 그렇게 시작했으니까.

조금씩 성장하는 모습을 담을 수 있는 공간이 됬으면 좋겠다. '외상 후 성장'. 시련이나 고통이 오히려 성장의 기회가 된다는 것이다. 내가 어떻게 받아들이냐에 따라 큰 부정적인 사건이나 사고를 겪은 것이 외상 후 스트레스가 아닌 성장이 될 수 있다. 성장을 하려면 꼭 외상이 있어야 한다는 건 아니다.  또 2018년 그 날 일을 다시 겪으라고 하면 절대 못할것이다. 하지만 그 임팩트로 인해 나는 쓰기 시작했고 기록하게 되었고 달라지게 된 건 사실이다. 감사하지는 않지만 인정은 한다. 그 기억을 다시 끄집어 내고 싶지않지만 어쩌다 생각이 난다면 침울해지기 보다 그걸 나의 성장에너지로 쓸것이다.

욕심부리지 않고 1일 1나노 성장하기.